<p></p><br /><br />[앵커]<br>금연 구역은 익숙하지만, 동 전체를 금연 지역으로 정하는 '금연 동'은 아직 생소하죠. <br> <br>3년 전 서울 서초구에선 양재동 전체를 금연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. <br> <br>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,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. <br><br>[기자]<br>3년 전, 서울 양재동 도롯가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. <br><br>양재동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입니다. <br> <br>다시 가봤습니다. <br> <br>양재동 식당과 상가가 밀집한 골목에, 몇몇 사람이 모여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웁니다. <br><br>바닥엔 꽁초가 수북합니다 <br> <br>양재동 전체가 금연이란 말이 무색한 상황. <br> <br>[서울 서초구청 관계자] <br>"저희가 1년 반 정도 시범 운영을 했으나 효과성이 좀 떨어진다고 판단해서 22년도 6월에 대로변 중심으로 금연 구역 조정을 했어요." <br><br>처음 시행된 2020년에는 사유지를 제외한 양재동 전체가 금연 구역이었지만 1년 반 만에 대폭 축소돼 일부 큰 도로만 남기고 금연 구역을 다 풀었습니다.<br> <br>주민은 주민대로 흡연자는 흡연자대로 민원이 폭주했기 때문입니다. <br> <br>가장 큰 문제는 주먹구구로 지정한 흡연구역입니다. <br><br>금연 거리 안에 있는 흡연 구역입니다. <br> <br>보도 한켠에 재떨이가 있고 선만 달랑 그어져 있습니다. <br><br>담배 연기를 막는 아무런 차단 시설도 없어 시민들은 그대로 간접흡연에 노출됩니다.<br> <br>[인근 가게 상인] <br>"신호등이 여기 있잖아요. 신호등을 딱 건너면 바로 흡연 구역을 만나는 거예요.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어요." <br> <br>[인근 주민] <br>"명확한 구분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. 왜냐, 이거 금연거리. 그런데 흡연지역. 좀 부자연스럽죠." <br> <br>당시 서초구가 흡연자들을 위해 마련한 흡연 공간은 37곳. <br><br>하지만 부스 형태로 만들어진 건 11곳뿐이고, 나머지는 사방이 뚫린 야외이다 보니 흡연 밀집 효과로 오히려 극심한 주민 반발만 불러왔습니다. <br> <br>[인근 상가 관리인] <br>"싫어하죠. 냄새나니까. 맨날 자꾸들 손님들도 문 닫으라고 그러고 그래요." <br> <br>[인근 카페 사장] <br>"그냥 허공에서 피우니까 (연기가) 다 집으로 가잖아요. 냄새가 이리로 저리로 올라가니까 동네 사람들이 신고를 한대요." <br> <br>흡연구역 지정이 무의미한 곳도 있습니다. <br><br>차 한 대 겨우 다닐 이면도로에도 이렇게 흡연구역이 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비좁다 보니 차가 지나가면 흡연자와 보행자가 뒤엉킬 수밖에 없습니다.<br> <br>여기저기서 내쫓기는 신세가 된 흡연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. <br><br>[A씨 / 흡연자] <br>"흡연할 데가 없어요. 보세요. 어디 있나. 여기 없앴죠. 저쪽 없앴죠. 다 없앴거든요. 다 금연구역이면 흡연자들이 갈 데는 만들어주고 해야 되지 않나요?" <br> <br>그렇다고 단속이 강화된 것도 아닙니다. <br><br>금연구역 지정만 하고 단속 인원은 1명도 늘리지 않은 겁니다. <br> <br>[서초구청 금연 단속원] <br>"저희 단속 직원이 14명이 있습니다.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데 위주로 가서 하기 때문에 어렵기는 하지만… 저희가 좀 많이 돌아다닙니다, 그래서." <br> <br>장밋빛 청사진만 갖고 야심차게 동 전체 금연을 선포했지만 결과는 백기 투항입니다. <br> <br>단속인력과 흡연 공간 확충 같은 철저한 준비 없이 시행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지적입니다. <br> <br>다시간다 이솔입니다. <br> <br>PD : 홍주형 <br>AD : 김승규 <br>작가 : 김예솔<br /><br /><br />이솔 기자 2sol@ichannela.com